본문 바로가기
여행/프랑스

17년 만에 다녀온 파리_ Part 5. 마지막 날 (Musée d'Orsay, Musée de l'Orangerie, Peppe Pizzeria, Galeries Lafayette Haussmann, Palais de Tokyo, Au Cochon Volant)

by 담담도시 2023. 2. 17.
반응형
파리 여행의 마지막 이야기. 

 

오르세 뮤지엄 (1 Rue de la Légion d'Honneur, 75007 Paris, France)

 

3일째 날의 시작은 9시 30분으로 예약해 둔 오르세 뮤지엄 (1 Rue de la Légion d'Honneur, 75007 Paris, France)이었다. 파리에서 가고 싶은 뮤지엄이나 갤러리가 많았지만, 그중에서 제일가고 싶은 곳은 오르세 미술관과 퐁피두 센터였다. (퐁피두 센터는 시간관계상 이번에 가지 못했지만...)

 

원래 이곳은 오르세역이었는데 70년대에 박물관으로 재개발되고 86년에 개관하였다고 한다. 내가 알고 간 정보는 원래 역이었다는 사실뿐이었는데, 그 작은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마네, 드가, 세잔, 모네, 고흐, 르누아르 등의 유명한 작가들의 그림들도 많았고, 조각들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철도역이었던 공간이 주는 힘이 제일 웅장하면서도 뭔지 모를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과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열차를 타기 위해 잠시 머무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온전히 이 장소와 이곳에 있는 수많은 작품들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 그 모든 순간순간이 모여 과거가 되고 현재가 되고 또 미래가 될 것을 생각하면서 공간과 콘텐츠가 주는 힘을 다시 한번 느낄수 있었다.

 

 

 

위의 사진처럼 가운데 통로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전시관들이 있었다. 그리고 각 구역이 동굴처럼 막힌 구조가 아니라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중간중간 공간에 틈이 있어 개방감 + 원래 그 공간이 철도역이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상기시켜 주는 것이 좋았다. 

 

 

빅토르 랄루 (Victor Laloux)

 

공간의 한편에는 웅장하면서 역사를 품고 있는 벽시계를 볼 수 있다. 가기 전부터 오르세 미술관을 제대로 보려면 꽤 많은 시간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들어서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뮤지엄이 컸고 우리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엄청 빠른 속도로 훑듯이 봐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소 자체가 주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다.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 사진을 몇 장 올려보자면.

 

 

Georges Antoine Rochegrosse, 'The Knight of the Flowers'
Ernest-Eugène Hiolle, 'Orion on a Dolphin'
Edouard Manet, 'The Fifer'
Auguste Renoir, 'Bal du moulin de la Galette38 languages'
Van Gogh, 'Self-portrait'
Paul Signac, 'The Demolisher'
Gustave Caillebotte, 'Vue de toits (Effet de neige)'
Auguste Renoir, 'Fernand Halphen enfant'
오르세 박물관의 카페테리아

 

그다음으로 오랑주리 미술관을 가기 전에 우리는 잠시 허기를 채우기 위해 근처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계획되어 있던 것이 아니라서 오랑주리 미술관과 가까운 위치의 식당 중에서 괜찮은 곳을 찾았는데 이름은 Le Café de la Régence (167 Rue Saint-Honoré, 75001 Paris, France)이었고 우리는 어니언 수프와 오리 콩피를 먹었다. 맛은 무난했지만 파리에 어울리는 인테리어로 분위기 있게 점심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Le Cafe de la Regence (167 Rue Saint-Honoré, 75001 Paris, France)

 

그다음 방문한 오랑주리 미술관은 루브르 궁의 튈르리 정원에 위치해 있는데 원래는 오렌지 나무를 위한 겨울 온실이었다고 한다. 오랑주리라는 말 자체가 불어로 오렌지 나무를 의미한다고. 이곳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의 수련 (Water Lilies)이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모네가 이 작품을 미술관에 기증하면서 미술관의 공간도 개조되었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 앞에서 사진 찍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그림을 보러 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래서 그림 자체를 차분히 오래 감상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단점이다. 돌아와서 찾아보다 보니,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서 잔잔한 연못을 그렸다고 하는데 실제로 하얀 공간 안에 360도로 작품이 둘러져 있고 그 그림 앞에 서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실제 연못을 바라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과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Claude Monet, 'Water Lilies'

 

오랑주리를 나와서 간 곳은 미리 예약해 둔 Peppe Pizzeria (2 Pl. Saint-Blaise, 75020 Paris, France). 구글 맵을 둘러보다 발견하게 되었는데 시내 쪽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해서 살짝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곳이었다. 이곳의 쉐프도 이전 글에서 소개했던 빅마마 그룹에서 일을 했었다고 하고, 2021년에 월드 베스트 상을 받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아란치니를 좋아해서 메뉴에 있으면 먹어보는 편인데, 이곳의 아란치니도 본토 맛까지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맛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피자의 식감이 독특하고 부드러웠다. 뭔가 폭신폭신한 느낌이었고 밀가루의 텁텁함이라던지 질긴 느낌이 없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래서 먹고 나서 느끼하거나 더부룩한 느낌이 없다고 해야 하나? 우리는 트러플이 들어간 Queen Tartufo와 매콤한 소시송 (Saucisson)이 들어간 Piccante 피자를 먹었는데 둘 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 개인적으로 피자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다음에 간다면 또 다른 피자도 먹어보려 한다. 

 

 

Peppe Pizzeria (2 Pl. Saint-Blaise, 75020 Paris, France)

 

늦은 점심을 먹고 우리는 향한 곳은 라파예트 백화점. 쇼핑을 목적으로 한 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언가를 사러 간 것은 아니고 17년 전에 갔었던 라파예트 백화점이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다시 보고 싶어서 가게 되었다. 예전에 방문했을 때는 패키지 투어였기 때문에 워낙 잠깐 봤어서 기억이 안나기도 하고. 한국의 백화점이나 일본의 백화점을 생각하다 보면 유럽의 백화점들이 런던을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밋밋하고 평범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파리의 백화점은 다분히 파리스러웠다. 화려한 장식도 그렇고 행거에 걸린 옷들이 너무 많아서 복도가 좁아 보일 정도였다고 해야 하나. 

 

 

Galeries Lafayette Haussmann (40 Bd Haussmann, 75009 Paris, France)

 

그리고 라파예뜨 맨 위층에 가면 야외로 나갈 수 있는데 그곳에서 시내의 전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여전히 미세먼지와 흐린 날로 인해서 생각했던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백화점에서 산 마카롱을 먹으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니 그래도 좋았다. 

 

 

라파예뜨 백화점에서 바라본 전경

 

다음 장소는 같이 간 친구가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가게 된 '자크뮈스 (JACQUEMUS)' 매장이었다. 몇 년 전부터 워낙 핫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명품이 쭉 이어진 거리에서 유일하게 줄이 있는 것을 보니 인기를 좀 더 실감할 수 있었다. 애초에 엄청나게 높은 가격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요즘 트렌트에 맞아서 그럴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트렌디하다고는 느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자크뮈스 옷을 위아래로 입고 있는 직원들도 자유로워보이면서도 쿨해보이는 면도 있었지만 제품부터 인테리어, 그리고 여러 요소들이 엄청나게 색이 뚜렷하고 퀄리티가 두드러진다기보다는 결국은 트렌드의 범주 안에서 확실히 할 것들만 한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Jacquemus (58 Av. Montaigne, 75008 Paris, France)
그래도 이 니트는 좀 마음에 들었다...

 

자크뮈스에서 나와서 쭉 걷다 보니 루이뷔통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쿠사마 야요이와 콜라보한 제품이 출시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엄청나게 광고를 하고 푸시를 하고 있었다. 이번 파리 여행에서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에서도 루이뷔통 X 쿠사마 야요이 광고를 많이 볼 수 있었고 특히 쇼윈도에서 쿠사마 야요이를 똑 닮은 로봇이 점을 찍는 영상도 봤었는데 결국은 상업적인 목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돈을 멋있게 쓴다고 생각했다. 그게 사회를 위한 목적도 아니고 자신들의 상품을 홍보하기 위함이지만 어쨌든 진심을 다해 자신들의 건재함과 유명세를 보여준다는 점이.

 

 

쿠사마 야요이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위해 꾸며진 루이뷔통 매장 앞

 

마지막으로 우리가 향한 곳은 오래전부터 꼭 방문해보고 싶었던 팔레 드 도쿄 (Palais de Tokyo, 13 Av. du Président Wilson, 75116 Paris, France)였다. 근데 다음 전시를 위한 전시 준비 중이라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사실... 그래서 팔레 드 도쿄 내부에 있는 서점과 숍만 구경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많이 아쉬웠지만 다음 기회를 노려야 했고, 대신 그 앞에서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에펠탑을 볼 수 있었다. 

 

 

팔레 드 도쿄 숍에서 발견한 반가운 이름
에펠탑
자유의 불꽃 (Flamme de la Liberté)

 

그렇게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 밤이 찾아왔고. 우리가 저녁으로 선택한 곳은 Au Cochon Volant (15 Rue Jules César, 75012 Paris, France). 이 음식점은 네이버 블로그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로컬 식당이 확실해 보였고, 미리 예약해야 먹을 수 있다는 돼지 그릴 요리도 사진 속 비주얼이 꼭 먹고 싶게 생겼었다. 그래서 파리에 도착하는 날 전화로 예약을 했고, 3일 동안 간직하던 기대감을 품고 방문했다. 방문했을 때 혼자 온 아주머니도 있었고, 다 같이 가족행사를 하는 동네사람들도 있었고, 트래킹을 하고 왔는지 등산용품을 들고 온 사람들도 있고. 북적북적 거리는 그 분위기에서 한국에서 가족들과 가던 갈빗집이 생각이 났다. 그렇게 그리움과 반가움 사이에서 파리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했다. 

 

 

Au Cochon Volant (15 Rue Jules César, 75012 Paris, France)

 

뭔가 족발이라고 할 수도 없고, 독일의 학센이라고도 할 수 없고 그 사이 어딘가의 느낌이었다. 껍질은 엄청 바삭하면서 살짝 쫄깃한 느낌도 있었고, 살을 부드럽고 담백했다. 폭립도 맛있다는 후기를 봐서 시켰는데 폭립은 특별한 느낌은 아니었다. (물론 맛있었지만) 우리가 시킨 돼지 그릴구이는 2인분이었는데 양이 상당히 많아서 3명 이서도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함께 나온 매콤한 고추로 만든 소스? 가 있었는데 그 소스와 함께 먹으면 느끼함도 잡을 수 있고 깔끔한 매콤함을 느낄 수 있다. 몇 년 전에 학교에서 레위니옹 섬에 갔었는데 그때 맛있게 먹었던 소스와 같은 것이어서 반가웠다. 

 

그렇게 푸짐한 포만감으로 파리의 마지막 날이 저물었고 와인 한 잔씩을 마시며 여행의 회포도 풀었다. 어릴 때는 여행의 끝에 오면 워낙 추억을 되짚어보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미 타지도 않은 기차나 비행기를 생각하며 조금은 울적해지곤 했는데 그런 멜랑꼴리 한 기분은 언제나 조금씩 스며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그래서 또 다음 여행을 기약하는 맛이 있기도 하니... 그렇게 3박 4일이 지나갔다. 

 

저의 짧은 파리여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