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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프랑스

17년 만에 다녀온 파리_ Part 2. 첫째 날의 반나절 (Brigat', Dover Street Little Market, Airei)

by 담담도시 2023.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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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친구들은 네덜란드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탈리스를 탈 수 있는 로테르담 (Rotterdam) 지역으로 이동해서 파리행 탈리스를 탔다. 오랜만에 탄 탈리스는 내가 살아온 시간에 반비례하여 살짝 작아진 느낌이었다. 좌석의 크기는 생각보다 좁았고, 기차칸의 크기도 네덜란드의 기차보다도 살짝 작은 느낌이 들었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다.) 그리고 좌석을 덮고 있는 진한 붉은색의 천은 먼지청소가 어려울 텐 데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하지만 그 점이 파리행 기차에 어울린다는 생각에서 '아 이제 진짜 여행이 시작되었구나'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달리는 탈리스 안

 

로테르담에서 파리까지는 2시간 반 정도가 걸렸고, 도착해서 우리는 예약한 에어비엔비로 이동했다. 에어비엔비는 북쪽에 차이나타운(?) 같은 곳에 있었고 3박 4일 기준 350유로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숙소에 머무는 여행보다는 돌아다니는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숙소는 깔끔하고 위치가 적당하면 만족하는 편인데 그런 기준에서는 만족하는 조건이었다. (조금은 tmi지만 에어비엔비 주인을 기다리는 동안 길가에 캐리어를 세우고 큰 나무 옆에 서있었는데 갑자기 뭔가 타닥타닥 떨어져서, 비가 내리는 줄 알고 하늘을 보니 수십 마리의 작은 제비 떼가 나무를 에워싸고 빙글빙글 날고 있었고 우리가 맞은 것은 알고 보니 작은 제비똥들이었다는 작지만 작지 않은 해프닝도 있었다. 다행히 빨리 피하긴 했지만 옆에 다른 외국분은 얼굴에 맞기도 했다는 사실. 비둘기 똥이었으면 모르겠지만 작은 제비똥이라 다행이었고 뭔가 처음 경험해 보는 일에 오히려 뭔가 복이 오려나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합리화를 잘하는 편.) 

 

파리의 매트로 입구

 

우리가 파리에 머무는 동안(1월 24-27일)은 날씨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날은 흐렸고 심지어 대기 상태도 좋지 않아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파리는 통근 교통량이 밀집되어 있어서 배기가스 배출량이 높고 지형 자체도 공기가 순환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믿거나 말거나 + 나는 상식에는 약하다. 나는 항상 그 친구에게 나는 상식에서 자유롭고 싶고 상식에 지배되지 않는다고 말하곤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나의 그 주장에는 어폐가 좀 있다.) 그래서 이 김에 좀 찾아보니, 파리의 대기질이 유럽에서 최악에 속한다고 한다. 프랑스 보건 기관에 따르면 16년도 연구에서 매년 파리에서 대략 4만 8천 명의 사람들이 대기 오염과 관련된 원인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푸른 하늘에 담긴 에펠탑과 멋지게 꾸민 사람들이 여행지로서 파리가 주는 로망이라면, 이런 대기오염은 어쩌면 좀 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문제일 텐데 그런 점에서 여행과 삶의 갭이 느껴졌다.

 

여행에서 할 수 있는 것들과 삶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다르고, 여행하는 마음으로 산다라는 건 사실 쉽지 않다. 어쨌든 다른 길로 빠지기 전에 멈추자면 어쨌든 현실적인 파리의 날씨는 좋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행자였고 그런 뿌연 하늘조차 분위기 있었다.

 

BRIGAT' (6 Rue du Pas de la Mule, 75003 Paris, France)

 

우리가 숙소에서 나와 처음 이동한 곳은 내가 찾아둔 Brigat'이라는 빵집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구글맵을 켜두고 이리저리 확대해 가며 맛집을 찾는 것은 좋아하는데. 우선 별점이 높은 곳 위주로 보고, 사진을 우선 체크한 후에, 그다음에 리뷰를 보고 판단하는 편이다. 이곳은 평점이 4.9였고, 사진으로도 충분히 맛있어 보였지만 후기 개수가 적다는 점이 좀 걱정이었지만 알고 보니 2021년 11월 경에 오픈한 곳이었다. 

 

그전부터 파리에 가서 빵을 먹으면 차이를 알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무던해질 정도로 많이 들었던지라 기대감도 조금 무뎌졌었는데 여기서 여러 종류의 빵을 먹어보고 그 말이 진짜 구나란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빵을 좋아하다 보니 한국에서도 이곳저곳 많이 다녀본 편인데, 네덜란드에 살면서 한국 빵이 그리웠던 마음이 파리로 가면 되겠구나란 생각으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베이커리는 이곳 한 군데밖에 가보지 못해서 그 이상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마지막 날 한번 더 가고, 포장해 올 정도로 맛있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바게트나 브리오슈를 먹을 때는 재료 (밀가루, 달걀, 버터) 자체가 다른가? 할 정도로 깊이가 있다고 느껴졌고 시작과 끝이 느껴지는 맛과 식감의 레이어에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보통 케이크나 디저트류를 파는 곳들은 그것에 집중하고, 기본적인 빵에 집중하는 곳들은 빵에만 집중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빵들을 하나하나 다 맛있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하고 놀라웠다. (같이 갔던 친구 중에 한 명은 입맛이 분명해서 빵을 싫어하는 친구였는데 이번 여행에서 '나도 빵을 좋아하네'라는 말을 여러 번 들은 걸 보면 다른 사람들이 가도 만족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누군가가 유별나게 칭찬을 할 때 그것이 매번 다른 누군가에게도 똑같이 느껴질 순 없다는 걸 알아서 내가 과연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여기는 나의 생각을 털어놓는 공간이니... 하고 넘어가 본다...) 

 

예를 들어, 티라미수 위에 코코아 파우더 뿌리는 것을 재해석했는지 얇은 초콜릿 층으로(티코 아이스크림처럼) 감싸서 그 층이 깨지면서 알고 있던 티라미수 맛이 느껴진다던지, 치즈케이크 위에 겔느낌의 레이어가 한 겹 더 있는데 (개인적으로 겔 느낌이나 무스 느낌이 가미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한 입 먹어보면 아 이래서 이렇게 올렸구나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가장 쉽게 판단할 수 있었던 건 캐러멜과 슈크림이 들어있는 브리오슈였다. 지금까지 그렇게 크림 류가 가운데 들은 푹신한 빵을 먹을 때 크림이 없는 부분이 맛있는 경우를 잘 못 봤는데 고소하고 부드러운 풍미가 느껴지는 걸 느꼈을 때 아 진짜 맛있네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을 떠올려보면 항상 누군가와 나눠먹을 때 '나 크림 없는 부분 먹었어'라고 하며 크림 있는 쪽을 찾아 한번 더 물곤 했었다.

 

케이크류만 놓고 보면 한국에서 가장 최근에 세련되면서 맛있다고 느꼈던 연희동 Anniv가 떠올랐고 개인적으로 그곳보다 더 맛과 내공이 느껴졌다. 새롭다 + 맛있다 + 진짜 맛있다. 이 단계에서 마지막까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Dover Street Little Market (35-37 Rue des Francs Bourgeois, 75004 Paris, France)

 

그다음에는 Dover Street Little Market에 갔다. 도버 스트릿 마켓은 런던과 긴자에서도 종종 구경을 해봤지만 규모면에서는 'Little'에 맞게 다른 지점들과 달리 많이 작았다. 하지만 특유의 갤러리 같은 느낌이 좋아서 구입하려고 본다기보다는 공간과 인테리어 그리고 새로운 브랜드들을 둘러보기에 좋았다. 

 

AIREI

 

이번에 가장 눈에 띄고 마음에 들었던 브랜드는 AIREI이다. 디테일이나 장난스러운 느낌이 좋았고 가격은 역시나 비쌌다. 찾아보니 로스앤젤레스를 베이스로 하는 디자이너고 LVMH Prize의 2022 세미 파이널리스트 중의 한 명. AIREI의 옷들은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요즘은 BODE도 그렇고 Wearable art에 가까운 재밌는 브랜드들이 각광받는 것 같다. 과거에도 예술적인 아트피스에 가까운 옷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뭔가 장난스럽고 투박한듯하면서 툭툭 던지는 듯한 브랜들들이 눈에 띄고, 내가 현재 인간적으로 추구하는 미적 방향성에 가까운 것들이 많이 보인다. 'Human's touch', 즉 인간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 재기 어려운 수고와 노력이 들어갔음에도 그 결과물이 단순해 보이면서 위트 있고 때로는 투박해 보이는 것들. 그런 것들이 참 좋은데 그것들은 값이 훨씬 더 나간다. 

 

그런 점을 볼 때 편안하고 투박한 데 그것이 미적으로 보이려면 더 많은 세공과 노력과 손길이 담기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귀여운 것은 더 고도화된 계산의 영역에 속해있다고 생각한다. 바비 인형이나 로봇을 만드는 것보다 미키마우스를 디자인하는 것이, 그리고 그 귀여움이 파급력을 가지는 것에는 수많은 연구와 계산이 담겨있다는 생각을 한다. 멋지고 예쁘다는 것에서 한 단계 비켜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더 노력의 영역에 있어 보여서. 그래서 평온함과 귀여움에는 정교한 계산이 따르고 나는 그런 부분을 잘하는 나라가 일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이는 것 이면에는 더 많은 계산과 연구, 완벽주의적인 집착이 필요하니까. 그들이 단순히 귀여움에 빠져있어서 캐릭터 산업이 발달했다기보다 어떤 지점의 귀여움을 찾아내기 위해서 더 고도화된 계산과 노력을 해오고, 하고 있다는 생각. 

 

AIREI와 BODE가 일본 브랜드는 아니지만 그것들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고, 인간의 손길을 탄 귀여움과 장난스러움은 귀엽지 않은 가격이 따른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귀여운 건 값이 더 나가는 것들이 많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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