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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좋아하는 브랜드

좋아하는 브랜드 시리즈 / 3. Phipps (핍스)

by 담담도시 2024.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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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by PHIPPS

 

세 번째로 소개할 브랜드는 2018년도에 창립되고 파리에서 론칭된 Phipps (핍스)이다. 위의 사진은 웹사이트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이미지인데 저 이미지 자체가 핍스라는 브랜드를 충분히 설명해 주는 듯하다.

 

모든 브랜드들의 아이템 하나하나를 다 파헤치기보다는 훑는 느낌으로 보는 나의 의견이므로 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지만 내가 느끼기에 핍스의 느낌은 미국의 컨트리적인 느낌이 있고, 투박한 날 것의 터치가 가미되어 있으며, 그 중심부에는 모든 요소들이 쉽게 휘발되지 않고 묶이도록 돕는 깔끔하고 단단한 마감새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미묘하게 둥글둥글하면서 귀여운 모습도 있다. 

 

그리고 몇가지 제품을 구입해 본 경험으로써 가장 먼저 긍정적으로 떠오르는 점은 핏과 소재가 좋다는 것. 물론 내가 구입했던 제품들은 후디와 맨투맨에 한정되어 있지만 살짝 짧둥하면서 딱 떨어지는 핏과, 살짝 거친듯하면서 단단한 직조와 촉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제품군에 비해서 살짝 가격대가 높다고 느껴지지만 그 의구심은 사진보다는 실물로 볼 때, 그리고 입어보면 한번 더 이해가 되는 지점이 있다. 

 

 


여담이지만 핍스를 관심있게 보던 와중에 임상아 님의 WATCH SANG A 유튜브에서 그분이 핍스의 티셔츠(?)를 소개하는 것을 보고, 더 분명히 사보고 싶어 졌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임상아 님이 추구하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더 나의 관심에 대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소재'가 좋다고 강조하는 말은 내가 직접 핍스의 옷을 구매해 보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 

 


Spencer Phipps

CC by HUGO BOSS X PHIPPS

 

턱수염이 있고, 가운데 안겨있는 사람이 바로 핍스의 디자이너 Spencer Phipps이다. 사진 속의 착장들은 HUGO BOSS와의 콜라보였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저 스타일들은 취향이 아니지만 저 사진 속의 모습 자체에서 느껴지는 장난스러움이 내가 느끼는 Phipps의 본질 중 하나라고 느끼기 때문에 선택해 보았다. 

 

검색을 해보니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 스쿨 (Parsons School of Design)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마크 제이콥스 (Marc Jacobs)에서 남성복 디자인 팀으로 활동하고, 이어서 앤트워프에 자리잡고 있는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디자인 팀에서 최초의 미국인 직원으로 일을 했었다고 한다. 그런 부분을 보면 확실히 누군가가 본인의 색깔을 찾고, 더불어 그 색깔로 어떤 씬에서 영향력을 가지려면 실무적인 부분과 비즈니스 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확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핍스가 풍기는 분위기는 뭔가 P처럼 즉흥적이고 덜 계산적으로 보이지만 나는 핍스의 등장이 나름 계산적이고 정교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웃도어와 자연을 사랑하는 Spencer Phipps

 

Phipps is founded on the principles of respect and curiosity for the natural world. We are exploring the concept of sustainability and environmental responsibility in the realm of style. 

 

핍스의 웹사이트에 써있는 말처럼 핍스는 아메리칸으로서 아웃도어 활동과 모험 정신을 필두로 하는 남성적인 디자인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복고적인 터치와 반문화적인 터치를 가미한 디자인을 어필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그 중심부에는 섬세한 디테일과 뾰족하거나 거칠기만 하지 않은 살짝의 귀여움 또한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의 모습에서도 느껴지듯이 큰 덩치에서 풍기는 남성적이고 투박한 모습 이면에 깔린 기저에는 자연에 대한 사랑, 지속가능성과 업사이클링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고 그 지점이 핍스가 가진 본질적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CC by Phipps

 


Gold Labe Vintage 라인

 

CC by Phipps

 

핍스의 웹사이트를 보면 GOLD LABEL VINTAGE라는 섹션이 있는데 그 섹션에서는 빈티지 또는 데드스탁 제품들을 핍스가 커스터마이징 해서 판매를 한다. 패션 산업에서의 과잉 생산에 대한 대응으로 단순히 빈티지를 모아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핍스의 라벨과 로고를 달고 새로운 해석을 가미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나하나의 접근과 방향성들이 모여 핍스의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물론 선별해서 셀렉한 옷들을 가지고 커스터마이징 했겠지만) 핍스의 장점인 소재와 핏을 고려했을 때 나라면 핍스의 오리지널 제품을 구입할 것 같긴 하다. 

 


Phipps Repurposed Lab

 

CHAP JEANS TAN SUEDE (CC by PHIPPS)

 

또한 Phipps Repurposed Lab 섹션에서는 빈티지 리바이스 데님같은 빈티지 의류를 크래프트적으로 해체하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든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이고 크래프트적인 요소로 인해서 가격대는 데님 하나에 1300유로가 넘는 가격대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지만 아트적인 접근으로써 받아들이면 그래도 꽤 흥미롭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꾸준히 Repurposed Lab이 진행되려면 핍스의 이미지와 가치도 가격에 상응하게 그만큼 더 성장하고 발전해야 할 테지만. 

 

핍스에 담긴 담백한 판타지

 

핍스는 아웃도어 활동과 자연에서 얻은 경험들을 베이스로 매 시즌 새로운 주제(예를들어, 생물학, 물리학 등등)를 핍스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독특한 점은 단순히 콘셉트로서 테마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제에 맞는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을 해서 패턴을 만든다던가, 디자인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제작된 옷을 그 의복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전달하여 실제 필드 테스트를 거치기도 한다는 점. 그리고 그 필드 테스트를 도운 명단 리스트도 바이어들한테 공개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고프코어의 흐름과 함께 큰 인기를 끌었던 아크테릭스, 살로몬, 키코 코스타디노브등의 접근 방식과 다르게 아웃도어적인 무드를 이용해서 그 주제를 또 다른 방식으로 풍부하게 풀어나가는 핍스의 스토리텔링이 나는 더 재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스토리텔링은 핍스의 디자인적 무드에 판타지적인 터치를 더한다고 생각하고. 

 

웨스 앤더슨의 문라이즈 킹덤이 주는 비주얼적인 무드가 떠오른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Walter Van Beirendonck (월터 반 베이렌동크)가 전달하는 위트 있는 요소들, 영화적인 요소들을 좀 더 부드럽고 담백하게 아웃도어적인 느낌을 가미해 풀어냈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CC by Moonrise Kingdom

 

Walter Van Beirendonck (CC by Financial Times)

 


핍스는 19년도에 LVMH PRIZE의 파이널 리스트 멤버이기도 했고 현재 2024년에는 CFDA/보그 패션 펀드 최종 후보에 올라있다. 그 말인즉슨 분명 그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디자인적 언어가 확실한 캐릭터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이 분명하다는 점에서는 같은 아메리칸이면서 19년도에 LVMH PRIZE에서 함께 파이널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던 BODE (보디)와도 어느 정도 비슷한 접근이라고 생각이 된다. 내 체감상으로는 BODE (보디)가 더 대중적인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지고 남성/여성 둘 바를 타깃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 파급력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핍스의 좀 더 투박하고 쿨한 점도 분명히 패션계에서 필요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가 다루는 품목들이 주로 후디, 맨투맨, 티셔츠, 팬츠 류이고. 보디처럼 크래프트적인 요소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서 가격대가 높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물론 나도 세일 기간에 적정선의 가격에 들어왔을 때 구입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박하지만 실용적인 점과 핏과 소재를 생각하면 핍스가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그 지점을 응원하고 있다. 

 

Hard Work Jacket / SS24 (CC by PHIPPS)
Hard Work Jacket / SS24 (CC by PHIPPS)
Star Embroidered Cargo Pants (CC by PHIPPS)
Star Embroidered Cargo Pants (CC by PHIP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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