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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좋아하는 브랜드

좋아하는 브랜드 시리즈 / 2. Jan-Jan Van Essche (얀얀 반 에쉐)

by 담담도시 2023.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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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by Jan Jan Van Essche

 

두 번째로 소개할 브랜드는 Jan Jan Van Essche (얀얀 반 에쉐)라는 벨기에 브랜드다. 얀얀 반 에쉐는 디자이너의 이름이고 그는 2003년에 엔트워프의 왕립 예술 아카데미 (The Antwerp Royal Academy of Find Arts)를 졸업하였다고 한다.

 

내가 이 브랜드를 알게 된 것은 엔트워프에 놀러갔을때 Atelier Solarshop (2060, Dambruggestraat 48, 2060 Antwerpen, Belgium)이라는 숍을 방문했을 때부터였다. Atelier Solarshop은 얀얀 반 에쉐가 직접 자신의 브랜드뿐만 아니라 그의 브랜드와 결이 비슷한 다른 브랜드들의 옷이나, 소품, 오브제들도 함께 선보이는 공간이다. 

 

위치는 엔트워프 중앙역에서 시내 쪽이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좀 떨어져 있고, 주변에는 이런 류의 숍보다는 시장(?) 느낌이 나는 살짝 이국적이고 낯선 동네에 있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가야하는 곳에 있지만 이 숍만의 존재감이 있기 때문에 찾아가봄직 하다. 

 

 

 


얀얀 반 에쉐라는 브랜드의 특징은 동양의 전통적인 느낌과 서양의 특성을 혼합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 옷을 입는 사람의 자유로운 움직임에 집중해서 옷의 패턴을 만든다는 점이다. 결국 편안한 착용감을 우선시한다고 할 수 있다. Atelier Solarshop에 비슷한 느낌의 일본 브랜드 제품들이 많은 것이나, 또 그가 2010년도에 발표했던 첫 컬렉션 이름이 Yukkuri였다는 것을 보면 그는 일본의 전통적인 의복들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서양에서는 얀얀 반 에쉐에서 보여지는 동양적인 느낌의 실루엣이 독특하게 여겨지겠지만, 반대로 동양인인 나에게는 완전히 동양적인 느낌보다는 서양의 아방가르드한 느낌이 가미되었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독특한 포인트인 것 같다. 

 

얀얀 반 에쉐는 자연스러운 실루엣뿐만 아니라 소재에 대해서도 많은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재를 직접 개발하기도 하고, 가공되지 않은 천연섬유를 쓰기도 하며, 때로는 일본산의 소재나 실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실제 매장에서 보면 같은 디자인이지만 여러 다른 소재로 제작된 것들도 비교해 볼 수 있고, 같은 디자인이지만 소재에 따라서 달라지는 터치감과 착용감을 경험해 보는 것도 재밌는 요소이다. 그리고 천연 염색된 소재들이다 보니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강하고 분명한 색감이 아니라 편안하고 은은한 멋이 있는데 그 점도 매력 있는 포인트이다. 천연염색이라고 하면 자칫 촌스럽거나 올드한 느낌이 날 수 있는데 얀얀 반 에쉐의 색감은 고급스럽고 차분해서 역으로 현대적인 세련된 느낌까지 가지고 있다.

 


... With every series of garments, traditional patterns from different ethno-cultural origins are cautiously studied and subsequently interpreted in the designer's individuals pattern language;  one speaking the poetry of simplicity. 
... Jan-Jan Van Essche mostly opts to remove all possible seams and minimalizing details and cultural connotation, while maximizing comfort for the wearer and therefore proposing an experience that works from the within. 
... unlike classic western approach to confine and shape the body, Jan-Jan provides the body the luxury and freedom to shape the garment. 

 

이것은 얀얀 반 에쉐의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글의 일부인데, 그의 접근법에서 인상적인 점은 '조심스럽게' 여러 다른 민족문화를 연구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점. 그리고 신체를 제한해서 모양을 잡는 클래식한 서구 의복 스타일과 반대되게 최대한 봉제선이나 디테일을 최소화해서, 입는 사람의 편안함을 극대화시킨다는 점이다. 

 

과거의 전통적인 의복에서 모티브를 얻거나 차용해서 만들어진 옷들은 여기저기서 많이 보이지만 그가 '조심스럽게'라는 말을 붙인 것에 나는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것을 재해석할 때 보이는 시각적인 부분만을 차용하는 것으로도 재해석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그 지점에서 우리는 좀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단순히 어떤 것이 시각화되거나 구현화되기까지 그 이면에는 삶, 환경, 문화 등등이 얽히고 얽혀서 그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들여다봐야 내가 존중하고 지켜야 할 부분과, (내가 나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새롭게 재해석할 수 있는 부분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재밌는 점은 그가 매년 발표하는 컬렉션에 이름을 붙인다는 점이다. 그것이 뭐가 특별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의 접근법에서 좀 더 진정성 있는 태도를 느낄 수 있다. 그가 붙인 이름들이 결국 그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 또는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이고, 그것이 단순히 여러 옷들에 디자인적으로 표현되는 것을 넘어서서 그 컬렉션을 하나의 언어로 묶어준다는 점이다. 결국, 좀 더 개념적인 태도와 접근이 있어야만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COLLECTION#1 - YUKKURI (2010)
COLLECTION#2 - SATTA AMASSAGANA (2011)
COLLECTION#3 - IN AWE (2012)
COLLECTION#4 - UHURU SASA (2013)
COLLECTION#5 - INITE (2014)
COLLECTION#6 - NO MAN IS AN ISLAND (2015)
COLLECTION#7 - AWARE (2016)
COLLECTION#8 - 無 (MU) (2017)
COLLECTION#9 - ONE IN ALL AND ALL IN ONE (2018)
COLLECTION#10 - CODA (2019)
COLLECTION#11 - GRACE (2020)
COLLECTION#12 - CYCLE (2021)

 


그러면 그동안의 컬렉션 중에서 내가 마음에 들었던 착장들을 소개하면서 얀얀 반 에쉐의 소개를 마무리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19FW와 19SS, 20SS가 가장 멋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나는 의복은 멋있거나 예쁘면 좀 불편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있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편한 사람들 그리고 친한 사람들을 만날 때 사람들의 복장이 편하고 가볍고, 자유로워지는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그의 말대로 '편함'은 단순히 옷이 기능적으로 편한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옷을 입은 사람에게 얽매이지 않는 자유와 편안함을 전달해 주는 영역의 개념인 것 같다. (그렇다면 맨몸이 가장 가볍고 편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털이나 두꺼운 가죽이 신체를 뒤덮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맨 살로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인간에게는 어쨌든 무엇이라도 걸치고 있는 것이 더 안정감을 줄 테니...)

 

잠시 이야기가 샜지만 후줄근한 티셔츠라던지, 구멍이 뚫린 바지라던지 집에서 아니면 가까운 동네에서 입는 옷들은 함께한 시간만큼 편안하고, 한편으로는 소모품의 영역에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값싼 옷으로 그 역할의 옷들을 마련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생활을 할 때 또는 어느 정도 나 자신을 갖춰야 할 때, 그때도 편한 옷을 입고 싶다면 이 얀얀 반 에쉐의 옷이 그 지점의 니즈를 좀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얀얀 반 에쉐는 편한지만 가격은 편하지 않다. 그렇지만 단순히 소모되는 옷이 아니라 외적으로는 나를 갖춰주기도 하면서 동시에 나를 자유롭고 편안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얀얀 반 에쉐의 옷은 옷에 대한 개념이나, 옷과 인간의 상호작용 및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브랜드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FW14 (CC by Jan-Jan Van Essche)
FW17 (CC by Jan-Jan Van Essche)
FW18 (CC by Jan-Jan Van Essche)
FW19 (CC by Jan-Jan Van Essche)
FW19 (CC by Jan-Jan Van Essche)
AW22 (CC by Jan-Jan Van Essche)
AW22 (CC by Jan-Jan Van Essche)
SS17 (CC by Jan-Jan Van Essche)
SS19 (CC by Jan-Jan Van Essche)
SS19 (CC by Jan-Jan Van Essche)
SS20 (CC by Jan-Jan Van Essche)
SS20 (CC by Jan-Jan Van Essche)
SS20 (CC by Jan-Jan Van Essche)
SS20 (CC by Jan-Jan Van Essche)
SS21 (CC by Jan-Jan Van Essche)
SS22 (CC by Jan-Jan Van Essche)
SS23 (CC by Jan-Jan Van Essche)
SS23 (CC by Jan-Jan Van Ess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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